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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현장 속으로] “안전띠 끝에 선명한 물때, 침수차군요”…매의 눈을 가진 이들 글자 확대 글자 축소
   날짜: 16-08-06 10:35 조회: 1855 이 댓글을 twitter로 보내기 이 댓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이 댓글을 Me2Day로 보내기 이 댓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우두득’ 소리와 함께 조수석 옆 플라스틱 커버를 뜯어 내자 전선과 함께 차체 바닥이 드러났다. 전선 사이로 돌멩이와 흙 묻은 자국이 드러났다. 이후론 ‘증명’의 연속이었다. 평소엔 끝까지 당겨볼 일 없던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기자 회색 벨트 안쪽 부분에 물때가 선명했다. 운전대 밑을 뜯어 내고 손전등을 들이대자 전선 사이로 흙더미가 그대로 드러났다.

문과 창문을 닫고 에어컨·히터를 최대 세기로 작동시켰다. 시큼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그는 “장마 직후라 침수차 매물이 종종 들어온다”며 “속여 들어온다 하더라도 차량평가사의 눈을 피할 순 없다”고 말했다. 2012년식 10만㎞를 달린 이 차가 영등포점에 들어올 때 감정가는 500만원. 하지만 그는 “이 정도 침수차라면 300만원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요즘 중고차 업체 최대 관심사는 수입차다. 최근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되는 물량도 덩달아 늘었다. 특히 수입차는 감가율(가격이 떨어지는 정도)이 높아 중고차 인기가 높다. 출시한 지 3년이 지난 국산차 감가율은 평균 25% 선이지만 수입차는 감가율이 30~40%에 달한다. 역으로 말하면 중고차 업체가 마진을 챙길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옆 작업장에선 경력 6년차 정태진(33) 차량평가사가 아우디 A6 차량 감정에 한창이었다. 4만7000㎞를 달린 2013년식 차다. 일부러 차량 트렁크 부분 접촉 사고 이력을 감춘 채 진단토록 했다. 엔진 보닛과 차량 좌우 문짝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10분쯤 살펴보던 그가 트렁크 문을 열더니 아래 깔개를 뜯어 냈다. 그러더니 “여기 보세요. 트렁크에 사고가 났었네요”라고 말했다. 그가 사고 근거로 꼽은 건 트렁크 아래 깨끗이 도색한 부분. 그는 “신차는 오히려 칠 날린 자국이 남아 있는데 사고 차는 여길 깨끗하게 도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도장 두께를 측정하는 검사 도구를 꺼내 ‘확인 사살’까지 했다. 차량 지붕 쪽에 도구를 가져가자 ‘90’이란 수치가 떴다. 하지만 트렁크 쪽에 갖다 대자 ‘120’이란 수치가 나왔다. 그는 “수치가 높을수록 칠이 두껍다는 얘기다. 판금한 뒤 새로 도장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엔진·미션·에어백 같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의 성능은 ‘자기(磁氣) 진단기’를 갖다 대 측정했다.

그는 사고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던 부분도 발견해 냈다. 조수석 문짝을 열더니 내·외부 경계의 용접한 부분을 손톱으로 꾹꾹 눌렀다. 누를 때마다 ‘톡, 톡’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사고가 나지 않은 차는 손톱으로 잘 눌리지 않고 이런 소리도 안 난다”며 “문짝에 사고가 나 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평가를 마친 아우디 차량은 ‘손 세차장’으로 이동했다. SK와 제휴한 손세차 업체 직원들이 세차에 들어갔다. 물을 쓰지 않고 특수 세제와 왁스만 사용하는 ‘친환경’ 세차 업체라고 했다. 박정환 SK엔카 브랜드마케팅 팀장은 “기계식 세차를 하면 잔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려면 작은 부분까지 세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단한 수리를 비롯해 세차까지 중고차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때깔’을 입히는 데 대당 45만원을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정태진 평가사는 세차를 마친 차량을 ‘촬영장’으로 옮겼다. 조명을 한껏 높여 차를 최대한 ‘예뻐’ 보이도록 할 장소다. 그는 차 주변을 이리저리 돌며 사진 수십 장을 찍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서다. 정 평가사는 “좋은 차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를 잘 포장해 내놓는 것도 평가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차량평가사는 중고차 업체의 핵심 인력이다. 인터넷·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중고차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지며 소비자가 깐깐해졌다. ‘최전방 마케터’인 차량평가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이유다. SK엔카 직영의 경우 신입 차량평가사들이 100대의 중고차를 직접 진단하고 멘토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현장에 투입된다. 박정환 팀장은 “과거와 달리 중고차 매물 시세와 점검 항목을 정확하게 사전 조사한 후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전문교육을 받은 평가사를 늘리는 데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중고차 시장은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366만6674대에 달한다. 신차 판매(169만 대)의 두 배 수준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3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S BOX] 가성비 가장 좋은 차는 3년 탄 무사고 중고차

‘싸고 좋은’ 중고차는 없다. 중고차 시장에서 동급 매물보다 시세가 지나치게 낮다면 하자가 있거나 허위·미끼 매물일 확률이 높다. 가장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중고차는 ‘3년 탄 무사고 중고차’다. 공급 물량이 가장 많은 때라서다. 감가율도 이때가 가장 유리하다. 연평균 2만~2만5000㎞ 정도 뛰었다면 엔진에 무리 없이 주행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꼼꼼히 챙겨야 할 부분은 ▶주행거리 조작 여부 ▶사고 침수 여부 ▶압류·근저당 설정 여부 ▶소유주·판매자 관계 ▶자동차세 완납 증명서 등이다.

중고차는 맑은 날 평평한 실외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멀리서 봤을 때 기우뚱하게 서 있다면 사고로 인한 차체 변형을 의심해야 한다. 햇빛에 비췄을 때 도장 표면이 고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주변과 다른 색상이 나타난다면 교환·판금·도색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외관 점검을 마치면 실내에 탑승해 차량을 점검한다. 시동을 걸어보고 가속 페달을 밟는 수준에서 확인을 끝내선 안 된다. 변속기 레버를 P(주차)에 두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면서 엔진분당회전수(RPM) 눈금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모습이 자연스러운지 확인한다. 눈금이 떨린다면 엔진을 점검해야 한다.

비전문가인 개인이 차량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한계가 있다. 믿을 만한 중고차 매매 업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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